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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 멈춰 선 시간, 차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by flavorflux 2025. 4. 24.

우리는 살아가면서 지나간 시간에 대해 마음속에 오래된 감정들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데 영화 스텔라는 멈춰 서 있는 낡은 자동차를 통해서 주인공의 마음속에 멈추어 있던 시간과 감정을 조용하게 되짚어 나갈 수 있는 영화이다. 낡은 자동차 안에 남아 있는 기억들은 과거의 아픈 기억과 함께 화해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결국에는 삶을 다시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해 준다. 낡은 자동차의 말 없는 공간 안에서 감정은 다시 살아 움직이고, 멈춰 있는 차 안에서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조용히 시작하게 된다.

길 위에 남겨진 건 기억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 출처: Pixabay

멈춰 선 시간

오래된 차 스텔라는 주인공에게는 단순하게 물건으로서의 존재가 아니다. 오래되고 낡은 자동차 스텔라 안에는 아버지와 나눴던 대화뿐 아니라 함께 하면서 흘러나왔었던 음악,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감정들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낡은 자동차를 통해서 멈춰 있었던 시간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게 된다. 오래돼서 낡은 외관의 스텔라는 세월의 흔적으로 볼품없이 닳아 있는 모습으로 접하게 되지만 스텔라 안에는 겉모습과 동일하게 오래된 사물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어서 시동이 꺼져 움직이지 않는 차 안에서 주인공은 기억을 다시금 되살리면서 자신의 모습을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다.

“기억나?”라며 말을 거는 듯한 오래된 차 스텔라의 공간에는, 마치 과거와 현재가 겹쳐진 시간사이의 틈과 같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아버지가 즐겨 들었던 음악, 의자 시트 틈에 끼어 있던 오래된 과자의 부스러기, 뒷좌석에 놓여 있는 낡은 점퍼 등등  세월의 흔적을 돌아보게 하는 하나하나가 말없이 감정을 건드려 준다. 영화 스텔라는 바로 그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아주 섬세한 느낌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 스텔라를 보는 관객들은 그 정적인 공간 속에서, 가장 진한 움직임을 경험하게 된다. 단순히 멈추어 있던 것은 스텔라라는 차였지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주인공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차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

스텔라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아직은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시동을 걸지 않고 그저 앉아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바로 그 정지된 공간 속에서 가장 깊은 마음의 움직임 공간으로 만든다. 주인공은 운전석에 앉아서 눈을 감고, 오래전에 미처 끝을 맺지 못한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보게 된다. 그곳에서는 아버지와의 오해와 미처 전하지 못한 말, 닿지 못했던 손길들이 고요하게 기다리고 있다.

차창 너머로는 펼쳐지는 풍경이 거의 없고 대신에 영화 스텔라에서는 실내를 천천히 비춰 보여준다. 카세트테이프를 만지는 손, 조심스럽게 잡히는 핸들, 잠시 눈을 감고 있는 표정 등, 감정은 크게 표현되고 있지 않지만 그 내면에서의 움직임은 관객에게 잔잔한 파도를 일으킨다. 차가 달리지 않아도, 마음은 충분히 먼 거리를 돌아올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때로는 멈춰 있는 것이, 가장 멀리 가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오래된 차 스텔라가 다시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그 장면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차가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래된 차 스텔라가 움직이게 된다는 것은 주인공이 과거를 직면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받아들이면서, 삶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내면의 결단을 상징하면서 시동이 걸리는 그 순간은 외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감정의 전환점이기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회피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고, 서랍 깊숙이 숨겨두었던 편지를 꺼내 읽는다. 영화는 이 모든 변화를 '소리 없이' 그려내는데 감정의 고조 대신 침묵과 여백으로 관객에게 여운을 남긴다. 그렇게 관객은 차가 움직이는 장면보다, 움직이기 전의 순간들을 더욱 오래 기억하게 된다.

멈춘다고 해서 실패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 멈춰 서는 것이야말로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정직한 과정이라고 스텔라가 말하고 있으면서 이 영화는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가장 깊은 울림을 남겨 주고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의 마음에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멈춤’의 순간을 선물한다.